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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고 기진 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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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 날, 문득, 불현듯, 그렇게- 만추

2012.01.30 03:00 | Posted by 속삭임과그대

평화로워 보이는 거리, 시선을 고정하지 못 한 채 퀭한 눈빛의 흔들거리는 한 여인, 그녀가 이상(異常)’을 감지했을 때, 그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일어난 후였다. 불현듯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그녀의 인생의 적색신호는 옛사랑에 대한 작은 흔들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죄악으로 번져버렸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심을 흔드는 한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희망도, 미래도, 웃음도, 사랑도, 그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는 죄인이었다. 불현듯 그렇게 파국이 닥쳤고, 불현듯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들은 각본 없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런 예측도 대책도 강구할 수 없는, 한 없이 나약하고 가련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살면서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상처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 맥락과 상황에 대해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3자의 입장에서는 유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남들의 상처다. 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고, 그 어떤 글로도 전할 수 없지만, 그는 그녀의 상처를 이해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도 할 수 없었던 상처의 언어를 구사한다. 치명적인 그의 매력은 근육질 몸매도, 화려한 테크닉도,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도 아닌, 바로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감싸 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그는 마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모든 상처를 다 통달한 사람처럼, 재고 따지고 계산하려 들지 않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스스럼없이 내 놓는다

 



나 이거랑 비슷한 거 아주 많아요가져요.” 

그가 가진 것은 비단 물건이 아니라
,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의 조각이었으리라. 흔히 누군가에게 나눠줄 마음의 조각이 많은 이들은 카사노바혹은 바람둥이라는 평을 받는다. 11처제의 사회적 관습과 규범의 범주 안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마음을 나눠주고, 여러 사람을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문제로 간주된다. 그리고 그 마음의 출처는 관점에 따라 이타심이 되기도 하고, 이기심이 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마음을 나눠주는 것이라면 그 출처는 이기심이 될 것이다. 여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그의 마음을 순수하고 선한 이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가 누군가의 아픔 혹은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분명 여심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우리 나오는 날, 다시 만날까요? 이곳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
. 전할 수 없는 마음. 소유할 수 없는 사랑. 그들의 기억 속에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져 버린, 온몸의 전율을 느끼게 했던 키스의 장소.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그녀. 그리고 나타나지 않는, 아니 올 수 없는 그에게 건네는 수줍은 인사.
 

 안녕, 오랜만..”
 

만날 수 없고, 나눌 수 없고, 소유할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할지라도, 가끔 서로를 떠올리며 미소 짓고, 그리운 가슴을 쓸어내린다면, 그래서 함께 걸은 거리를 해매고, 함께 한 약속을 기억하고, 서로의 모습을 그리며 가슴앓이 한다면, 그것은 사랑일까? 소유하지 않아도, 전할 수 없어도, 나눌 수 없어도, 그것을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 둘 수밖에 없을지라도, 여전히 사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고도 눈부셨다.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그것을- 가슴속에서,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서 하는 사랑은- 잃지 않을 터다. 어쩌면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에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은 환상 안에서 더 완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화의 엔딩은 그렇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들의 사랑이 환상 속에서, 서로의 기억 속에서, 가슴 속에서,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삶의 숙명에 대한 투쟁 - 고지전

2012.01.27 07:53 | Posted by 속삭임과그대

“인간이 걸리는 병중에서 가장 나쁜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치유로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그 치유의 대상이 되었던 병 보다 더 독한 무엇인가를 낳았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들, 마취와 도취, 소와 말하는 위안들은 무지하게도 치유책으로 여겨졌다.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고통을 즉각적으로 진정시키는 방법들은 그 고통을 낳은 불만을 악화시키는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 니체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살면서 고통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고통을 다스리면서 인내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방식이 더 큰 병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더 큰 아픔을 낳아 치유책이 아닌 또 다른 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거짓된 치유로 인한 악순환이 아닌가한다. 즉각적으로 위안을 주는 것들은 당장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회피하고 주위를 전환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식이 더 큰 고통을 낳는다면, 온전히 고통을 직면하는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고통을 인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혹 그 고통의 발생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지만 상황이나 환경 혹은 인연을 끊을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것만큼 절망적인 것도 없다. 나 하나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숙명’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한 저항은 인내하고 참아내고 온전히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일 수 있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돌덩이를 올려야 했던 시지프스처럼,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같은 자리에서 수행하면서 버텨내는 것이다.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위안으로 그것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영화 <고지전>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처럼 자신의 숙명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내하면서 버텨내다 죽음을 맞이한 300만의 병사들의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끝없이 적을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총알과 폭탄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피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상을 향해 총알과 폭탄을 던지는 일밖에 없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이 그래도 버텨내고 살아보자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전우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승리를 하는 것,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고통을 버텨내고 있는, 그래서 함께 공감하고 정을 나누게 된 소중한 이들을 지켜내는 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에 위배되는 일에는 주저 없이 반기를 들기도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의 명령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생존할 수 있느냐일 뿐이다. 그들은 전쟁 상황에서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허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육체가 지닌 속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 작은 총알과 폭격에도 힘없이 나뒹굴 수밖에 없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약하고, 힘없이 부서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그리고 모든 인간이 그런 한계점을 가지고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채로 고통을 인내하면서 버텨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래서 비슷한 고통과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고통, 아픔, 병을 이겨내는 좋은 치유책을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소비, 유흥, 오락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여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을 통해 자신을 돌볼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훨씬 강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봄꽃의 흩날림 같은 사랑 - 오직 그대만

2012.01.27 07:10 | Posted by 속삭임과그대
앞이 안 보이는 여자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남자.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은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운 봄꽃의 흩날림처럼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로 하여금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는 그녀의 인생을 책임지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실을 녹녹치 않다. 그녀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그녀가 볼 수 없는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자신의 지난 과오가 그녀에게 가족, 꿈, 세상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빼앗은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책임은 자신의 인생을 내던질 만큼 무거운 것이 된다. 


그의 책임은 그녀를 눈 뜨게 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을 잃어야했다. 한없이 초라해진 그는 그녀에게 돌아갈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녀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그 모습조차도 사랑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돌봐준 그를 잊을 수 없다. 사랑은 부족하고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것이니깐. 있는 그대로의 치부도 감싸안아줄 수 있는 것이니깐. 볼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와 함께 꿈꿨던 미래를 살아간다. 그가 자신에게 베푼 사랑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세상을 사랑하면서..


그녀는 그와의 재회를 꿈꾸며 식탁을 만들고, 그 위에 점자를 수놓는다. 

" 그녀의 눈은 말을 하고 있구나. 나는 대답을 해야지." (로미오와 줄리엣 中)

때때로 사랑을 하면 많은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사랑에 대한 버거운 책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서로가 건네는 언어에 대한 주고받음, 쌍방적인 이해와 소통, 그리고 공감과 교감,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실체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거나 책임을 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답하는 것. 그 사소한 행위가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면, 사랑을 놓치는 어리석음은 그것이 버거워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내보일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그녀로부터 도망치려 했던 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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